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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런한 냥이

460년 은행나무가 지키는 밀양 금시당 이야기 본문

여행지. 사찰

460년 은행나무가 지키는 밀양 금시당 이야기

꿈꾸냥 2026. 6. 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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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화려한 풍경보다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나무 한 그루에 더 오래 시선이 머무를 때가 있다.

밀양 금시당에서 만난 거대한 은행나무도 그랬다.

처음에는 오래된 정자를 보기 위해 찾았지만, 돌아올 때는 은행나무가 가장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경상남도 밀양시 활성동에 자리한 금시당은 조선 중기의 문신 이광진이 벼슬에서 물러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별서다.

이름부터 남다르다.

금시당(今是堂)은 '지금이 옳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바쁜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연 속 삶을 선택했던 선비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이름이다.

금시당으로 들어서는 길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화려한 관광지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도 아니다.

오히려 조용한 풍경 속에서 천천히 걸어야 이곳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정자 주변에는 오래된 나무와 숲이 어우러져 있고, 멀리 밀양강이 흐르며 한적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은행나무다. 수령이 46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나무는 금시당이 세워진 세월을 함께 견뎌왔다고 전해진다. 굵은 줄기와 넓게 뻗은 가지를 보고 있노라면 수백 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숫자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나무는 수많은 계절을 지켜봤을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정자에 모여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던 모습도, 임진왜란의 혼란도,

그리고 오늘날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의 발걸음도 묵묵히 바라보았을지 모른다.

특히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는 더욱 특별한 풍경을 선물한다.

노랗게 물든 잎들이 마당을 가득 채우면 금시당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변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을 단풍 명소로 금시당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푸른 잎이 가득한 계절에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꼈다.

화려함보다 오랜 시간의 깊이가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금시당을 둘러보다 보면 '왜 이광진은 이곳을 선택했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밀양강이 내려다보이고 숲이 둘러싸인 풍경 속에 서 있으면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벼슬보다 자연을, 분주함보다 여유를 선택했던 선비의 마음이 지금도 이 공간에 남아 있는 듯하다.

여행지에는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 어떤 곳은 화려한 볼거리로 기억되고, 어떤 곳은 맛있는 음식으로 남는다.

하지만 금시당은 조금 다르다. 이곳은 오래된 은행나무가 들려주는 시간의 이야기로 기억되는 곳이다.

 

만약 밀양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금시당을 잠시 걸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은행나무 아래에서 잠시

멈춰 서 보자.

수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가 전하는 묵직한 시간의 무게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화려한 풍경보다 그런 순간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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